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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자세

노센스 2024. 9. 2. 23:54

저는 2010년 1월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15년 전이네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고, 심지어 입사동기도 한 명 없는 충남 당진에 혼자 갔습니다.

(3개월 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4월에 홀로... ㅠ)

 

그 때 나이 26세... 군대 갔다와서 칼복학하고 바로 취업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였는데 운이 좋았죠...

 

지금도 첫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입사 1년 선배였던 국호형이 아반떼 몰고와서 당진 터미널에 마중나와 당진의 유일한 대형(?) 쇼핑몰인 롯데마트를 구경시켜주며 필요한 물건 사라고 했었습니다. 당장 덮고 잘 이불 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33평 아파트 방 하나에 한 명씩 배정된 사택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형님 2분 더 계셨네요. 엄청 TMI 군요...

 

군대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은 사회생활을 경험했지만, 프로 직장인의 세계는 처음이었기에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처음 출근했을 때 공장장님부터 시작해서 관리직 모든 분들께 인사드리고, 매일 현장에 부서별로 돌아가며 인사드리고, 회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2주 연속 회식을 하다보니 26살 젊은 나이에도 술 때문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명808 한 박스를 시켜 사물함에 넣어놓고, 먹었습니다. (몇 개 마시지도 않았는데 몇 일 만에 다 사라지더군요. 내 사물함인데... ㅋㅋ)

 

제 첫 직장은 동국제강이라는 철강회사입니다. (동부제철이랑 다른 회사입니다... 동부제철은 실제 바로 옆에 있었고, 동국제강이 매출이 더 큰 회사입니다...)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회사에 계신 엔지니어 선배님들은 대부분은 금속, 재료공학 전공자였습니다.

 

당시 저희 품질팀장님께서 우리도 품질관리에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야하지 않겠냐고 산업공학과 채용(1명)을 본사에 요청했고, 그렇게 뽑힌 게 저였습니다.

 

철강에 '강'자가 탄소를 의미하는지도 몰랐던 저는 그렇게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인 정주 여건도 너무 힘들었지만, 회사 일은 훨씬 힘들었습니다.

 

원료부터 시작해서 출하까지 복잡한 공정과 용어들 때문에 매일 늦게까지 남아 일하고 공부했습니다.

선배들도 다 남아서 야근했던 시기였기에 그 분들께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습니다.

제가 1인분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1인분을 하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런 걸 이해해주는 선배가 있는 반면에, 못한다고 매일 욕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부를 졸업한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바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도 신입사원에게 바라는게 크지 않습니다. 조직문화를 체득하고, 업무를 익혀 점차 1인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죠.

 

따라서 신입사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성장하는 속도에 개인 차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신입사원은 열심히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여주기식 노력은 바로 티가 납니다.)

 

제가 신입사원 때는(라떼는) 쥐꼬리만한 전공지식을 그나마 살려서 마인드맵을 이용해 발생할 수 있는 품질부적합 사례에 대해서 정리하고, 미니탭(통계분석S/W)을 업무에 적용해 개별 철강원소와 인장강도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철강재료 지식과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도 따로 전공서적을 사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세계시장의 흐름이 궁금해서 '세계의 철강대전'이라는 책도 따로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꼰대력 보셨죠?)

 

그렇게 공부하고, 야근하면서 1년 정도가 지나니 0.7인분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지식 위에 경험들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퇴사를 하기 전까지(7년) 3인분 정도는 한 것 같습니다. (뇌피셜 + 선배피셜)

 

신입사원은 성과를 위해 조급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선배들도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성과를 내길 바라는 선배가 있다면... 그 사람과 거리를 두십시오... 세상에는 또라이가 정말 많습니다.)

 

다만... 업무를 열심히 배우길 바랍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좌절하며 당연히 신입사원 때 가장 많이 그런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회복 탄력성), 계속 배우고, 공부하면서 실력을 키우는게 신입사원의 자세고, 나아가 월급받고 일하는 프로 직장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저희 신입사원에게 바칩니다. 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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